당신의 노화 속도는?

by KYYB 2024-05-07


2018년 WHO는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했습니다. 노화가 질병이라는 것은 즉, 이를 예방, 개선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화 치료법에 관련한 정보와 기술은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적기 때문에 노화 치료는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과학 기술이 고도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예전 세대보다 더 빠르게 늙고 있다는 통계도 심상치 않게 들려옵니다. 

대체 왜 우리는 더 빨리 늙게 된 것일까요? 늙는다는 것은 과연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 늙어야 할까요?


Editor. Im Su Min




노화에 적정 속도가 있을까?

감속 노화 Vs. 가속 노화


여러분은 빨리 늙고 싶은가요? 어렸을 때는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을 수는 있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후로는 빨리 늙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적은 거의 없을 거예요.

노화가 피할 수 없고,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찾아오는 속도를 늦추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안티 에이징을 넘어 슬로 에이징으로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감속 노화’라는 워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는 현재 일명 ‘감속노화선생’이라 불리며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요.


하지만, 노화에 적정 속도란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가속 노화로, 무엇을 감속 노화라고 가리킬 수 있을까요? 나이에 비해 신체 지표가 늙어 있다면 가속 노화? 나이에 비해 신체 지표가 젊다면 감속 노화? 기준점이 되는 신체 지표란 것도 결국 평균값에 지나지 않을까요? 속도나 시간은 절대적인 숫자이긴 하지만 결국엔 상대적인 지표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MZ세대를 필두로, 현재 전 세대가 ‘저속 노화’  ‘감속 노화’에 빠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부모 세대보다 더 빠르게 늙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고

부모보다 빨리 늙는 MZ세대


지금의 3040세대는 부모보다 먼저 늙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정희원 교수의 ‘가속 노화론’.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늘고 있지만, 그것은 그 전 세대에 국한된 것일 뿐, 그중에서도 MZ세대는 질병으로 인해 오히려 평균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 결단코 아닙니다. 실제로, 매일같이 병원을 찾는 MZ세대가 급증하고 있으며 당뇨병, 암, 고혈압 등 각종 기저질환을 앓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65년 또는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1950년~195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가속 노화 가능성이 17%나 더 높았으며, 이는 폐암, 위암, 자궁암 발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또, 암 외에도 디스크, 측만증 등 정형외과적 질병을 앓는 환자도 늘고 있고요. 퇴행성 질환 노인 환자가 주를 이루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젊은 연령층의 환자들이 급증한 것이지요. 이 모든 게 평소의 생활습관-식습관/수면습관/운동습관-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결국, 젊은 세대가 다양한 환경적 위험 요인에 더 빨리 노출되어 노화 속도가 빨라지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기 위한 개입을 통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MZ세대가 노려야 할 장수 전략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이처럼 MZ세대를 더 늙게 만들어버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대 수명을 연장시킨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영향이 큽니다. 급속도로 발전해버린 디지털 산업은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했고, 외주화하도록 만들었죠. 예전만큼 사용되지 않는 신체, 하지만 그만큼 피곤해진 눈, 편의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자주 섭취하게 되는 가공 식품, 불안한 경제와 더더욱 심해진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황사나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위협까지…. 고도화된 기술이 오히려 우리의 몸을 아프게 하고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화 속도 늦추기 만큼 중요한

노화에 대한 인식 개선


여기서 함께 꼭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는 왜 노화를 이토록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일까요?

먼저, ‘죽음’이라는 개념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게 노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어난 이상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생을 갈구하며 사를 피하고 싶은 것이 살아 있는 생물의 본능이니까요. 진화심리학적으로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본능적인 거부일 수 있습니다.

허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노화, 노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때문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풍조로, 젊음을 숭배하고 노화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늙지 않기 위해 ‘안티에이징’을 추구하고, 한편으로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며 맞서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보아온 탓입니다.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정말 단 한 번도 노인은 무식하고, 이기적이고, 고지식하며 의존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 우리는 모두 멋진 어른으로 늙고 싶다는 바람이 공존합니다. 근사하게 늙은, 혹은 늙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도 그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인 사람도 정말 많습니다(이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시선과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는 체념도 아니고, 거부도 아닙니다. 나이에 가려져 있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나를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몸에 있는 노화 시계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흘러갑니다. 같은 1초라도 누군가의 노화 시계는 2초씩 빠르게(가속 노화), 혹은 0.5초씩 느리게 흘러갈 수도 있다(감속 노화)는 뜻이지요. 가속 노화가 쌓이면 마흔 살에도 60세의 몸을 가질 수 있고, 감속 노화가 쌓이면 60세에도 마흔 살의 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먹고, 움직이고, 마시고, 즐기고, 쉬는 것 모두가 노화 속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노화를 바라보는 태도 아닐까요? 그저 늙지 않기 위해, 아프지 않기 위해서 노화 속도를 늦추려 한다면 이 또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테니까요! 노화는 살아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우리 삶을 제한하는 요소가 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 함께 외면뿐 아니라 내면까지 챙기며 근사하게 늙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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